오늘 소개해드릴 약은 대표적인 고혈압 약제인 ACEi/ARB(안지오텐신 차단제), CCB(칼슘채널차단제), 이뇨제, 베타차단제 중 CCB입니다. ACEi와 ARB가 1차로 많이 사용되기 이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는 CCB계열 약제가 고혈압약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고 탁월한 혈압강하 효과로 여전히 많이 사용되는 계열의 약입니다.
주로 다른 동반질환이 없는 노인고혈압에 1차로 사용됩니다.
CCB 약제의 종류와 용법
먼저 칼슘채널 차단제는 크게 non-DHP 계열과 DHP 계열 두가지로 나뉩니다. 조금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이지만 위 그림의 왼쪽에 있는 DHP(Dihydropyridine)구조가 포함된 칼슘채널 차단제는 DHP계열, 이외의 칼슘채널 차단제는 non-DHP 계열로 분류합니다. 두 계열의 CCB 모두 근육세포막의 칼슘채널을 막아 작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어느 기관의 칼슘채널에 주로 작용하는지 선택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적응증에도 약간은 차이가 있습니다.
1. Non-DHP 계열 칼슘채널차단제
1) 성분 : Verapamil(이솦틴) / Diltiazem(딜테란,헤르벤)
2) 효능/적응증 : 주로 심장과 혈관에 존재하는 평활근의 칼슘채널에 작용합니다. DHP계열 약에 비해 심장에 대한 선택성이 높아 심장의 관상동맥확장, 심박수 저하 효과를 나타냅니다. 따라서 고혈압 뿐만 아니라 협심증, 부정맥에도 사용됩니다.
3) 용법 : 1일 1~2회 식사와 무관하게 복용
2. DHP 계열 칼슘채널차단제
1) 성분 : Amlodipine(노바스크/아모잘탄/), Benidipine(코디핀), Nifedipine(아달라트), Nicardipine, Felodipine(유한스프렌딜/무노발) 등 ~dipine으로 끝나는 성분
※ Amlodipine 성분의 칼슘채널차단제는 육각형 모양의 정제가 많습니다.
2) 효능/적응증 : 심장에 대한 작용은 낮으며 주로 혈관 평활근의 칼슘채널에 작용합니다. 본태성 고혈압과 협심증에 사용합니다. 드물게 레이노증후군*의 치료에도 처방됩니다.
*레이노증후군 : 손발이 추위에 노출되거나 심한 감정적 변화가 있을 때,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혈관이 수축하면서 일부가 하얗게 또는 파랗게 변하는 것으로 류마티스나 진동기계사용 등이 원인인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혈관을 이완시키는 CCB가 단기치료에 사용됩니다.
3) 용법 : 1일 1회 아침에 식사와 무관하게 복용(아침에 주로 혈압이 높기 때문에 혈압약은 주로 아침복용 권장)
CCB 약제의 작용기전
칼슘채널차단제가 혈압을 낮추는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칼슘의 역할과 혈관의 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1. 칼슘의 역할
체내 칼슘의 99%는 뼈에 존재하고 나머지 1%의 칼슘은 근육, 혈관의 수축과정에서 필수적인 이온으로 작용합니다. 우리 몸의 근육세포막에는 여러 자극에 의해 열리고 닫히는 칼슘채널(Channel)이 존재하는데 칼슘채널이 열리게 되면 세포외액에 존재하는 칼슘 이온이 세포내로 유입되게 됩니다. 또 세포 내에는 활면소포체(=Smooth endoplasmic reticulum, 매끈면소포체)라는 세포소기관이 존재하는데 평상시에는 칼슘이온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다가 외부 자극에 의해 세포 기질로 칼슘이온을 방출합니다. 이렇게 여러가지 경로에 의해 근세포 내의 칼슘농도가 증가하면 근세포가 수축하는 신호로 작용합니다.
2. 혈관의 구조
혈관은 여러 층으로 존재하는데 크게 3층으로 바깥쪽에는 결합조직으로 구성된 바깥막층, 중간층에는 근육의 한종류인 평활근, 가장 안쪽에 내피세포층으로 나뉩니다. 이중 가운데층을 이루는 평활근이 수축하게 되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져 혈관의 압력이 높아집니다.
3. 평활근 수축기전과 CCB(칼슘채널차단제)의 작용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혈관의 평활근에 존재하는 근육세포의 세포막에도 칼슘채널이 존재합니다. 언제나 세포내부보다 세포외부의 칼슘이온 농도가 더 높기 때문에 다양한 자극에 의해 근육세포막의 칼슘채널이 열리게 되면 칼슘이온이 세포내부로 유입되게 되고 세포 내부의 칼슘농도가 증가하면 근육세포는 수축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됩니다. 칼슘통로차단제(CCB)는 근육세포막의 칼슘채널에 작용하여 세포 내부로 칼슘이 유입되는 통로를 차단합니다. 따라서 근육세포 내 칼슘이온의 증가를 억제하여 근세포의 수축을 억제하게 됩니다.
CCB약제로 인해 혈관의 평활근의 수축이 억제되면 혈관이 이완하게 되면서 혈액이 지나갈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집니다. 이로인해 말초혈관저항이 감소하여 혈압이 낮아질 수 있는 것입니다.
CCB 약제의 장점
1. 단독 사용시에도 혈압 강하 효과가 우수합니다.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탁월하며 사용시 심각한 부작용이나 특별한 제약사항이 거의 없는 혈압약이기 때문에 오랜기간 높은빈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관상동맥 확장 작용이 있어 안정형협심증에 효과적이며 관상동맥연축에 의한 이형협심증에도 매우 효과적입니다.
2. 임신성고혈압에 사용가능
- 임신성 고혈압은 일반적으로 임신 20주 이후에 혈압이 140/90mmHg 이상으로 측정되어 새롭게 진단된 고혈압을 말합니다. 이전부터 혈압이 높았던 사람이 임신을 한 경우와는 구별됩니다. 아직 명확한 발생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보통 출산 후 3개월 이내에 혈압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 임부에게 약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주의가 필요한 사항이지만 다행히 140/90mmHg ~ 150/100mmHg 정도의 경증의 경우 약물투여보다는 추적관찰만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150/100mmHg 이상의 임신성 고혈압의 경우 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임신중독증(전자간증)으로 진행될 수 있고 이는 태아에게는 태아성장장애/조산/태아사망, 임산부에게는 신장질환이나 만성고혈압 등이 발생될 수 있어 중증응급질환으로 여겨집니다.
- 고혈압 약제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ACEi나 ARB 약제는 태아기형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임부에게 금기사항이며 임신성 고혈압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혈압약이 많지 않은데 그중에서 1차약물은 CCB계열 약제인 Nifedipine(아달라트)입니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중이거나 임신가능성이 있는 여성 고혈압 환자라면 Nifedipine 약제로 혈압약을 변경해야 합니다. 또한 Nifedipine, Felodipine, Amlodipine 등의 CCB 약물은 수유중에도 안전하게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Nifedipine 이외에 임신성 고혈압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 : Hydralazine, Methyldopa, Labetalol(베타차단제)
CCB 약제의 주의사항 및 단점
1. 혈관확장효과로 인한 두통, 홍조 등이 발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복용하다보면 점차 사라지는 증상이므로 약 복용을 중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 무릎이나 발 등의 부위에 말초부종이 비교적 흔하게 발생합니다.
2. non-DHP 계열 CCB 약제를 복용하는 일부 연령이 높은 환자에게서 변비가 발생가능합니다. 따라서 여기에 해당하는 환자의 경우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3. 드물게 치육증식(잇몸 부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CCB 약제를 복용시 양치에 더 신경써야 하며 6개월마다 치과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4. CCB 계열의 혈압약과 자몽주스를 함께 복용 시 CCB의 체내 대사과정이 억제되어 약효 지속시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저혈압이나 기타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약 복용 1시간 전후로는 이러한 음식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심부전이 있는경우 CCB 계열의 약제는 복용금기(특히, non-DHP계열)
6. 칼슘채널차단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칼슘 섭취를 제한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칼슘채널차단제가 칼슘의 흡수를 억제하거나 칼슘제를 먹으면 혈압이 오르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같이 복용해도 괜찮습니다.
'전문약 > 고혈압' 카테고리의 다른 글
#5. 사용이 까다로운 혈압약 - 베타차단제(β-blocker - 콩코르, 딜라트렌, 네비레트) (4) | 2022.03.09 |
---|---|
#4. 체액량을 감소시켜 혈압을 낮추는 약 - 이뇨제(다이크로짇, 라식스) (2) | 2022.03.04 |
#2. 심장/신장 보호효과가 탁월한 고혈압 약제 - 안지오텐신 차단제(ARB, ACEi) (0) | 2022.02.24 |
#1. 고혈압의 정의, 증상 및 진단 기준과 고혈압 약의 종류 (0) | 2022.02.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