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에서는 앞으로의 글에서 고혈압 약에 대해 소개하기 전 간략히 고혈압이란 무엇이고 왜 혈압을 조절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 30% 정도인 1200만명이 가지고 있는 질환이며 전세계적으로 질환에 의한 사망요인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충분히 예방가능하며 이미 고혈압 진단을 받았어도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으로 관리하면 합병증 발생을 충분히 낮출 수 있는 질환입니다.
고혈압의 정의와 분류 및 위험인자
먼저, 고혈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혈압이란 혈액이 혈관 벽에 가하는 힘을 말합니다. 혈압을 측정할 때에는 수축기혈압(최고혈압)과 이완기혈압(최저혈압)으로 나누어서 읽는데 수축기 혈압은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고 이완기 혈압은 심장이 확장(이완)하면서 혈액을 받아들일 때 혈관이 받는 압력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혈관은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박출시킬때 처음으로 거치는 혈관, 즉 대동맥을 의미합니다.
고혈압은 18세 이상의 성인에서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이상인 경우를 말합니다. 고혈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일차성과 이차성 고혈압으로 나뉩니다.
1) 일차성 고혈압(=본태성 고혈압)
- 원인질환이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혈압이 나타나는 경우
- 전체 고혈압환자의 대부분(약 95%)을 차지
- 명확하지 않지만, 심박출량(cardiac output)*의 증가나 말초 혈관저항의 증가에 의한 것으로 생각됨
* 심박출량 : 심장에서 1분 동안 박출하는 혈액의 양
2) 이차성 고혈압
- 밝혀진 원인질환에 의해 고혈압이 발생되는 경우 (원인질환의 종류와 진단법 더보기)

- 전체 고혈압의 약 5%정도로 유병률이 낮음
- 수술이나 약물치료로 완치가 가능한 경우도 존재
고혈압을 유발하는 위험인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심혈관 질환의 가족력(유전)
② 흡연
③ 고지혈증
④ 당뇨병 전단계, 당뇨병
⑤ 연령 (남성은 45세, 여성은 55세 이상 / 65세 이상은 위험인자 2개로 간주)
⑥ 성별(남성과 폐경 이후 여성)
⑦ 식사성 요인 : Na, 지방 및 알코올의 과잉 섭취, K, Mg, Ca의 섭취 부족
⑧ 약물 요인 : 경구 피임약, 제산제, 항염제, 식욕억제제
* 출처 : 서울 아산병원 건강정보
혈압 측정방법과 고혈압의 진단기준
고혈압 = 혈압이 높은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것은 아주 틀린말은 아니지만 정확한 표현도 아닙니다. 만약 여러분이 병원에 가서 혈압을 측정했는데 혈압이 높게 나왔다고 가정하였을 때 그것만으로 여러분이 고혈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혈압이란 몸의 상태에 따라서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혈압을 측정하기 전 흡연을 했거나 조금 뛰었거나 커피를 마셨다면 평상시와 달리 혈압이 높게 측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혈압이란 한두번 혈압이 높게 측정된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상태(혈압을 높이는 요인이 없는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높은 혈압이 측정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혈압이 진단되는 기준은 혈압 수치로 정해지기 때문에 올바른 방법으로 혈압을 측정했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혈압은 병원에서 측정하기 때문에 대부분 수치에 대해 신뢰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혈압 환자 본인이 올바른 측정방법에 대해 모르는 것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5분 이상 안정 후 측정 / 측정 전 음주, 카페인섭취, 흡연 X / 1일 간격을 두고 2번 이상 측정 / 팔을 심장높이에 두고 측정 / 처음엔 양쪽 팔을 모두 측정, 이후는 높은 쪽을 기준으로 측정 / 이러한 사항을 지켜야 정확한 측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정확한 측정이 되었다면 수치에 따라 정상 - 주의 - 고혈압 전단계 - 고혈압 / 수축기 단독 등으로 혈압을 분류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젊은 나이에 고혈압으로 진단받는다면 이차성 고혈압을 배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갑상선 기능 항진증, 쿠싱병, 갈색세포종과 같은 내분비 질환을 확인하기 위해 특수 혈액 검사가 필요합니다. 또한 신혈관 이상, 부신 종양, 부신 비대 등을 감별하기 위해 부신 CT 검사나 복부 초음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차성 고혈압의 경우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완치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원인 질환을 감별해야 합니다.
고혈압에서 두가지 수치만 기억한다면 140과 90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바른 방법으로 측정한 혈압이 수축기에서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에서 90mmHg 이상이라면 고혈압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완기와 수축기 두가지 중 둘다 높아야하는게 아닌 둘 중 한가지 수치라도 140/90 이상이면 고혈압 진단조건을 충족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1988년부터 만들어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도 이 기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준은 어떻게 정해졌을까요? 당뇨에서 합병증 발생위험이 증가하는 혈당수치를 당뇨병 진단기준으로 정한것과 같이 고혈압은 심뇌혈관질환의 발병률이 증가하는 혈압수치를 고혈압 진단기준으로 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는 이미 오랜기간동안 충분히 입증되었습니다.
위 그래프는 Nature라는 저널에 실린 논문의 일부로 수축기/이완기 혈압에 따른 심혈관 문제의 발생빈도와 위험률에 대한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정상혈압의 기준인 120/80mmHg 정도일때 가장 심혈관 event의 발생이 낮고 이보다 혈압이 증가하면 가파르게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축기혈압이 130~139mmHg이거나 이완기혈압이 80~89mmHg인 경우를 고혈압 전단계라고 지정한 것도 이정도 수치에서도 이미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높아지는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또 고혈압 전단계 구간에 해당하는 사람의 약 20%가 2~4년 이내에 고혈압 진단을 받는다는 점에서 본인이 고혈압까지는 아니지만 고혈압 전단계에 해당한다면 경각심을 가지고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등 생활요법을 바로 시작해야 합니다.
고혈압의 증상과 혈압을 조절해야 하는 이유
1. 고혈압의 증상
- 고혈압이 무서운 질병인 이유는 바로 대부분의 환자들에서 뚜렷한 증상이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신체검사나 진찰 중에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일부 경우에서 두통이나 어지러움, 심계항진, 피로감 등의 혈압 상승에 의한 증상을 호소하여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있습니다. 코피나 혈뇨, 시력 저하, 뇌혈관 장애 증상, 협심증 등 뚜렷한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는 이미 혈관 합병증이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혈압을 조절해야 하는 이유
- 제가 혈압약을 처음 드시는 환자분들에게 자주 듣는 말은 혈압수치가 조금 높을 뿐 증상도 불편한 점도 없는데 꼭 혈압약을 먹어야하나 혹은 혈압약 먹기 시작하면 죽을때까지 먹어야 하는것 아니냐 복용을 미루고 싶다 이렇게 두가지 얘기를 많이 하십니다. 약을 처음 복용하는 입장에서 약을 먹어도 딱히 개선되는 증상이나 느낌이 없으니 그렇게 느끼시는 것도 어느정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고혈압을 진단받은 환자분이 약을 꾸준하게 복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 혈압을 조절해야 하는 이유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심뇌혈관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거나 심각한 상태로의 진행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세부적으로는 뇌, 심장, 콩팥, 혈관 등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혈압조절을 하지 않는다면 각각의 기관마다 어떠한 일이 발생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뇌 : 뇌졸중(=중풍, 뇌경색/뇌출혈), 혈관성 치매
- 고혈압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뇌출혈입니다. 뇌출혈은 높은 혈압으로 뇌혈관이 파열됨으로써 뇌조직 내부로 혈액이 유출되어 뇌조직이 손상되는 현상입니다. 뇌출혈이 발생하면 심한 두통과 함께 의식이 혼미해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또 뇌손상 부위에 따라 반신불수, 언어 장애, 기억력 상실, 치매 등이 나타납니다.
-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출혈(출혈성 뇌졸중)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뇌졸중 환자의 약 80%는 고혈압 환자입니다. 그러므로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혈압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2) 심장 :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심방세동 등
- 고혈압이 지속되면 동맥의 압력을 이겨내서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기 위해 심장 근육이 비대해지고 심장의 산소요구량이 증가되어 심장에 무리를 주게 되고 결국 심기능이 저하되어 심부전이 발생됩니다. 결과적으로 운동 시 호흡 곤란을 느끼거나 심지어 휴식할 때에도 호흡곤란이 발생되고 부정맥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 발이나 폐에 부종이 생기기도 합니다.
- 또 고혈압이 지속되면 심장에 혈류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로 인해 막히게 되고 관상동맥의 70% 이상이 막히게 되면 심근의 일부가 허혈 상태에 빠지게 되고 관상동맥의 혈류가 원활하지 않아 흉통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협심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3) 콩팥 : 혈뇨, 단백뇨, 만성신부전(CKD, Chronic kidney disease)
- 고혈압이 지속되면 콩팥에서 초기에는 높은 혈압으로 인해 원래는 여과되지 않아야 하는 단백질들이 세뇨관으로 빠져나가 단백뇨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것이 점차 악화되면 신경화증, 신부전증, 요독증 등의 만성 신부전이 발생합니다. 만성 신부전이 발생하면 투석치료를 진행해야 하는 등 삶의 질이 매우 악화될 확률이 높습니다.
4) 혈관 : 관상동맥질환, 말초동맥경화
- 고혈압은 흡연, 고지혈증과 함께 동맥경화증의 3대 발생 위험 인자로 알려져있습니다. 혈관이 고혈압으로 인해 손상되면 백혈구 및 혈소판 등이 손상 부위를 치료하기 위해 반응하여 결과적으로 동맥경화를 유발합니다.
여기까지 고혈압의 다양한 합병증에 대해 설명해드렸는데 이중 한가지 질환만 있더라도 매우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혈압을 가진 분들은 이러한 내용을 꼭 숙지하고 고혈압이 흔한 병이라고 해서 방치해서는 절대 안되겠습니다.
대표적인 고혈압 약제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 빅데이터에 따르면 고혈압 치료자 중 59%가 두가지 이상 약제의 병용요법을 받고 있으며 이 중 73%가 안지오텐신 차단체(ARB or ACEI), 61%가 칼슘통로차단제(CCB), 25%가 이뇨제, 16%가 베타차단제(β-blocker)를 처방받고 있습니다.*
*출처 :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 Fact sheet 2021
이 계열들의 앞철자를 따서 흔히 A(ACEi/ARB), B(B-blocker), C(CCB,Calcium channel blocker), D(Diuretic,이뇨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따라서 "고혈압에 쓰이는 약은 ABCD가 있다" 이렇게 기억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고혈압 환자에게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혈압수치는 환자 개인의 상황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약물 치료 전 다양한 검사를 통해 심한 고혈압 환자나 고혈압으로 인한 심장/신장 부담이 있는 경우 조기에 약물을 사용합니다.
- 약물에 대한 반응이 사람마다 다양하며 혈압약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초기에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경우 가장 Side effect가 적으면서 혈압조절 효과가 뛰어난 약제를 찾는데 시도하는 기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 혈압약을 복용하는 고혈압 환자의 혈압은 약에 의해 조절되고 있는 상태이므로 혈압이 낮아지더라도 약을 임의로 중단하면 안되고 꾸준히 복용하셔야 합니다. 이는 혈압을 안정적으로 조절하기 위함이고 혈압약에 의존성이 있다거나 중독성이 있어서 끊을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후 포스팅에서는 대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혈압약을 계열별로 하나씩 그 작용기전과 복용 시 주의해야 할 사항들을 말씀드릴 예정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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