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약/고혈압

#2. 심장/신장 보호효과가 탁월한 고혈압 약제 - 안지오텐신 차단제(ARB, ACEi)

일상다약사 2022. 2. 2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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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에서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치료에 있어 1차 선택약이 메트포르민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혈압약은 혈압 수치보다는 환자의 임상적 특성과 동반질환에 따라 결정하는 것으로 1차 선택약이 당뇨보다 다양합니다. 대한고혈압학회가 2018년 발표한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ACEI, ARB, CCB, 티아지드계 또는 티아지드 유사 이뇨제 그리고 베타차단제 이렇게 크게는 5가지 계열 약제가 강압 작용에 효과적이며 안전성이 입증되고 부작용도 비교적 경미하여 1차 항고혈압제로 선택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국내 고혈압 약제의 처방 점유율 비교 출처 : 고혈압학회 Fact sheet 2021

국내 고혈압 약 복용자(100%) 중 해당 약제를 복용중인 사람의 비율 순서대로 나타낸다면 ARB(72.5%) > CCB(60.9%) > 이뇨제(24.7%) > 베타차단제(15.7%) > 칼륨보존이뇨제(1.8%) = ACEi(1.8%) > 기타약제(0.8%) 입니다.

이 중 오늘 소개해드릴 고혈압 약제는 점유율이 가장 높은 ARB 계열의 약과 점유율이 가장 낮은 ACEi 계열의 약입니다. 두 계열의 약제는 작용기전 상 안지오텐신 차단제로 같이 분류될 수 있습니다. 작용기전이 유사하기 때문에 효과와 부작용 등의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만 국내에서는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ARB 계열 약제의 사용이 월등히 높습니다. 그럼 두 계열의 약제의 종류와 작용기전, 장단점과 차이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ARB / ACEi 약제의 종류와 용법

 

 

1. ARB(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

국내 시판중인 ARB 제제 출처 : 유비스트

국내에서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는 ARB 계열 성분Valsartan(엑스포지/디오반), Telmisartan(미카르디스/트윈스타/듀오웰/텔미트렌), Losartan(아모잘탄/코자), Olmesartan(세비카/올메텍), Candesartan(아타칸/칸데모어), Fimasartan(카나브), Irbesartan(아프로벨), Azilsartan(이달비) 등 성분명이 ~sartan으로 끝나는 8가지가 있습니다.


이 중 텔미사르탄 성분의 약제는 지속시간도 가장 길고 항당뇨 효과가 있어 많이 사용되지만 흡습성이 강해 포장을 개봉한 상태로 보관하게 되면 정제가 부서지거나 끈적거리거나 녹아서 약효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데 최근 종근당의 텔미누보정 등 일부 Telmisartan 제품들은 이러한 흡습성을 개선하여 병포장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 메디컬 옵져버 http://www.mo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645

ARB 계열 약제들은 각 성분별로 작용시간이나 최대효과 발현시간이 다양하고 용량도 다양합니다. 혈압이 지속되어 하루종일 혈압을 조절해야 하는 환자작용시간이 긴 텔미사르탄 성분의 약제를 선택할 수 있고 특정시점, 예를 들면 아침에만 고혈압이 나타나는 환자라면 작용시간이 매우 짧은 로사르탄 성분의 약제를 아침 복용으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ARB 약제 중 가장 쎈 성분이 뭐냐고 궁금해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동일 계열에서 혈압강하 효능은 성분뿐 아니라 용량까지 비교해야 합니다. 아래 표에 나와있지 않은 Fimasartan 성분 약은 국내개발 약으로 Fimasartan 60mg은 Telmisartan 40mg과 효력(potency)가 동일합니다. 또 이외에 Azilsartan(이달비)은 ARB 성분 중 효력이 가장 강한 성분입니다.
ARB중 가장 순한 약은 Losartan(아모잘탄/코자)성분으로 혈압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단백뇨가 있는 콩팥 환자에게 단백뇨 조절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ARB 성분의 효능비교표 출처 : GlobalRph

보통 혈압이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면 동일 성분 약제의 용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내원하시는 병원의 변경 등으로 예를 들자면 텔미사르탄 20mg을 복용하던 환자가 올메사르탄 20mg으로 약제가 변경되었다면 혈압약이 더 강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심혈관 합병증이 있거나 당뇨가 생겼다거나 하는 혈압 이외의 상황에 따라 혈압약이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ARB 계열의 약제들의 용법은 1일 1회 동일한 시간에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합니다. 일부 로사르탄 성분 약제들은 1일 2회까지 복용하기도 합니다.


2. ACEi (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nhibitor)

 

ACEi 계열 약제

국내 시판중인 ACEi 계열의 성분은 Enalapril(베아텍/에나프린), Imidapril(이미트릴), Perindopril(아서틸), Captopril(카프릴), Lisinopril(제스트릴) 등 성분명이 ~pril로 끝나는 5가지 성분이 있습니다.

ACEi 계열의 약제들의 용법은 1일 1회 동일한 시간에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합니다. 1일 1회 투여받는 환자에서 투여말기에 혈압강하작용이 감소되는 경우에는 1일 2회 투여도 가능합니다.


- 혈압강하 약제의 복용을 잊었다면 생각난 즉시 복용하되 원래의 복용시간에 가까워졌다면 기다렸다가 원래 시간에 복용합니다.

 





ARB / ACEi 약제의 작용기전




- ARB는 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의 줄임말이고 ACEi는 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nhibitor(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의 줄임말로서 이름에 각 계열 약제의 작용기전이 나타나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몸에서 혈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호르몬 시스템 RAAS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RAAS, 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

 

-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는 무엇일까요? 많은 분들이 심장 혹은 뇌라고 답하실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람이 그저 숨쉬는 것 뿐만이 아니라 정신활동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람으로서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체는 뇌로 혈류를 원활히 공급하는 것에 꽤나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만약 사고로 인한 출혈로 체액 손실이 일어났거나 탈수로 인해 체액량이 줄어들면 혈압이 순간적으로 낮아질 것입니다. 이러한 혈압감소로 인해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면 인체는 혈압을 올리기 위한 모든 시스템이 작동됩니다. 이러한 혈압감지-상승 시스템은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바로 RAAS(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자율신경계의 조절입니다.

- 그중 오늘 소개해드릴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콩팥(신장)에서 혈류량을 감지하여 작동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시스템에 관여하는 세가지 물질은 바로 레닌, 안지오텐신, 알도스테론입니다. 각 물질의 정체와 역할에 대해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레닌 : 주로 신장의 사구체옆장치(juxtaglomerular apparatus, JGA)라는 조직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자 단백질 분해효소콩팥(신장)으로 지나가는 혈류가 낮아지면, 즉 혈압이 낮아지면 분비되는 물질*입니다. 안지오텐시노겐을 안지오텐신1로 활성화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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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히는 원위세뇨관을 지나는 원뇨(오줌성분)에 염류의 농도가 낮아지면 분비됩니다. 혈압이 낮아지면 관속을 흐르는 원뇨의 속도가 느려지고, 염류의 재흡수가 일정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흐르는 속도가 낮아짐에 따라 염류의 재흡수가 더 오랜시간 일어나고 원뇨의 농도도 낮아집니다. 따라서 이 작용은 혈압을 감지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안지오텐신 : 간에서 생성되어 정상적인 상태에서 혈액 내에 풍부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안지오텐시노겐(-노겐의 의미는 비활성화 상태)이라는 단백질이 신장에서 분비된 레닌 효소에 의해 안지오텐신1으로 활성화됩니다. 안지오텐신1은 폐에서 ACE(안지오텐신 전환효소, Angiotensin-converting enzyme)에 의해 안지오텐신2 호르몬으로 전환되어 많은 생리활성을 나타내게 됩니다.
안지오텐신2 호르몬의 역할은 다음과 같습니다.
(a). 전신에 분포하는 혈관(세동맥)에 작용하여 혈관수축을 유도하고 말초저항을 증가시킵니다
(b). 부신 겉질을 자극하여 알도스테론의 합성/분비를 촉진합니다.
(c). 시상하부를 자극하여 갈증 중추 자극으로 인한 수분 흡수를 증가시키며 항이뇨호르몬(ADH)*의 분비를 촉진합니다.

* 항이뇨호르몬(ADH) : 뇌하수체 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콩팥에 작용하여 수분의 재흡수를 촉진하는 역할 수행

(a)~(c)의 작용 모두 결과적으로 혈압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알도스테론(=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 부신이라는 기관의 겉질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콩팥 원위세뇨관/집합관에 작용하여 Na+ 재흡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Na+가 재흡수되면서 삼투압 현상에 의해 수분의 재흡수를 유발하고 이는 결국 체액량의 증가로 인한 혈압 상승을 유발합니다.



- 결과적으로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혈압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까지 이해하셨다면 약의 작용기전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안지오텐신2 호르몬RAAS를 통해 혈압상승을 일으키는 열쇠라고 비유해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안지오텐신2 수용체는 그 열쇠의 열쇠구멍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ARB는 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로서 그 열쇠구멍을 막아버려서 열쇠가 있어도 반응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약입니다. 즉 ARB를 복용하면 안지오텐신2 호르몬이 생성되더라도 RAAS로 인한 혈압상승이 발생되지 않기 때문에 혈압을 낮출 수 있는 것입니다.

ACEi는 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nhibitor(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로서 안지오텐신2 호르몬의 생성과정의 일부분을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ACEi를 복용하면 폐에서 분비되는 ACE 효소가 작용하지 못하고 안지오텐신1이 안지오텐신2로 전환되지 않기 때문에 RAAS로 인한 혈압상승이 억제되는 것입니다.


-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두 약제는 결과적으로 같은 일을 하기 때문에 ACEi와 ARB를 동시에 복용하는 것은 약이 중복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가지 약제는 병용하지 않습니다.




 

 

ARB / ACEi 약제의 장점

 

 

1. 심부전, 신질환, 심비대, 동맥경화에 효능

질환에 따른 추천 고혈압약 출처 : 대한고혈압학회 고혈압진료지침 2018

- ARB와 ACEi 약제의 특징은 특정 질병에 대한 보호효과가 높다는 것입니다. 심부전, 콩팥병, 심비대, 동맥경화 등 고혈압으로 인한 표적장기손상을 예방한다는 데이터가 많이 쌓여있기 때문에 이러한 질병을 가진 고혈압환자에서 1차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출처 : Comparative First-Line Effectiveness and Safety of ACE (Angiotensin-Converting Enzyme) Inhibitors and Angiotensin Receptor Blockers: A Multinational Cohort Study; Hypertension. 2021;78:591&amp;amp;ndash;603


- 2021년 Hypertension 저널에 실린 ARB와 ACEi 두 계열간 심근경색, 동맥경화, 심부전, 뇌졸중과 심혈관질환 보호효과에 대한 비교논문입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한쪽으로 치우칠수록 ARB나 ACEi의 보호효과가 강해 선호도가 높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4가지 비교항목에 대해 오차범위를 고려하면 두 약제간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여집니다.




2. 만성콩팥병이 있는 고혈압 환자에서 반드시 사용되는 약제

 

콩팥 내 사구체의 구조


- 만성콩팥병이 있는 환자에서 RAAS(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의 작용을 통해 혈관 수축이 일어나 콩팥의 수출세동맥의 직경이 줄어들면 사구체내압이 증가되고 보먼주머니로 여과되지 않아야하는 단백질 등이 과여과되어 단백뇨가 발생됩니다. 단백뇨 자체로도 해롭지만 이러한 작용이 만성콩팥병을 더 악화시킵니다.

- 만성콩팥병이 있는 환자는 콩팥의 기능이 떨어져있기 때문에 소변생성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고 체액의 저류가 일어납니다. 이렇게 체액량이 증가하면 심장의 혈액 박출량이 증가하고 결국 혈압 상승을 일으킵니다. 또 만성콩팥병이 있는 환자는 콩팥기능의 감소로 인해 이뇨제를 사용해도 체액량 감소효과를 나타내기 어렵습니다.

ACEi와 ARBRAAS를 억제하는 작용기전을 통해 신장 수출세동맥 직경을 넓히고 사구체내압을 감소시켜 단백뇨를 개선시키는 동시에 체액량의 증가도 억제합니다. 따라서 만성콩팥병에 반드시 사용되는 약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ARB / ACEi 약제의 주의사항 및 단점




1. 콩팥 크레아티닌 수치 상승

- 작용기전 상 발생, 약간의 상승은 크게 문제되지 않음

 

2. 칼륨이온(K+) 수치 상승으로 인한 고칼륨혈증 발생위험

- 일부 환자에서 고칼륨혈증*이 발생되어 더이상 약을 복용할 수 없음
- 약을 처음 복용하는 고혈압 환자의 경우 복용 2~4주 이후 다시 혈액검사를 통해 K+ 수치 모니터링

* 고칼륨혈증 : 심장문제 발생. 심정지 발생가능. 미국에서 사형수의 심장을 멈추게 하는 약으로 K+(칼륨)주사가 사용될 정도


※ 1과 2의 이유때문에
ARB와 ACEi를 동시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 주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하여 모니터링 가능한 환자에게 ACEi/ARB를 사용합니다.
→ 주로 성신손상이나 전해질 불균형이 발생될 확률이 낮은 젊은 고혈압환자(60세 미만)에게 ACEi/ARB를 사용합니다.

3. 임부 금기

- 최기형성(기형아 출산) 부작용 존재

 

4. 혈관 부종 발생가능

 

5. ACEi 계열 약제에 한하여 마른기침(약 30%) 발생

- 여성, 비흡연자의 경우 많이 발생
- 마른기침 부작용 때문에 ARB를 주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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